실버 서퍼 세대의 빛과 그림자

스마트폰 중심의 디지털 시대, 과연 스마트한 사람들만 이용해야 할까?

 

스마트폰 중심으로 다양하고 많은 서비스들이 시간과 장소를 넘나들며 우리의 삶 속에 스며들고 있습니다. 그 범위 또한 상당히 광범위하게 넓어지고 있으며,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흐름으로 비대면 디지털 서비스들의 활용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교육, 금융, 쇼핑은 물론이고 음식 배달, 세탁소, 레저, 헬스 서비스 등 기존 오프라인에서 더 익숙했던 일상적인 영역까지 디지털 서비스의 영역에 편입되어 점차 그 영역을 확장 나아가고 있습니다.

 

1. 실버 서퍼의 대두

디지털 시대가 고도화되어 감에 따라 50대 이상 장노년층의 콘텐츠 소비 또한 늘어가고 있습니다. 그들은 콘텐츠 소비 주체의 한 층으로 자리매김하여 ‘실버 서퍼(silver surfer)’라는 명칭까지도 얻었습니다. 이렇게 실버 세대의 활발한 사회활동이 일어나는 현상을 일컬어 ‘그레이네상스(Greynaissance)’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백발을 상징하는 “그레이”와 “르네상스”를 합친 이 말은, 은퇴 이후의 멋진 실버 라이프를 살고 있는 노인들이 많아 졌음을 실감하게 합니다.

 

이들은 디지털 기기를 능숙하게 조작할 수 있으면서도 충분한 구매력이 있는 50~60대의 장년층을 포함하고 있어, 여러 기업에서도 이들을 타깃으로 한 서비스나 제품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 앱에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이용자를 세대별로 조사한 결과, 유튜브 한 달 사용 시간은 10대가 86억 분을 소비해 가장 많았고, 50대 이상이 79억 분으로 2위를 차지했습니다. 50대 이상의 장노년층이 20대나 30대보다 유튜브를 이용하는 시간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30대 이상의 유튜브 사용 시간은 2018년 51억 분에서 2019년 101억 분으로 2배가량 늘어났습니다. 1년간 장년층의 폭발적인 유튜브 사용량의 증가와 또 이에 준하는 적응 속도가 놀랍습니다. 이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의 순위로는 1위가 유튜브였고, 그 뒤로 카카오톡, 네이버, 다음 순이었습니다.

 

 

그들은 이렇게 유튜브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직접 콘텐츠 생산자가 되기도 합니다. 이미 유튜브에는 50대 이상의 유튜버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박막례 할머니는 70대의 나이로 손녀와 함께 ‘코리아 그랜드마(korea Grandma)’ 채널을 운영하며 구독자 133만 명 이상을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2. 실버 서퍼들의 위한 대표적인 제품과 서비스

스마트 제품들의 스마트한 진화

IT기업들은 이렇게 디지털에 능숙한 실버 서퍼들을 타깃으로 한 제품과 서비스를 발 빠르게 내놓고 있습니다.

 

 

휴대폰 제조 기업이나 이동통신사의 경우 장년층을 위한 화면이 큰 스마트폰이나 폴더폰을 ‘효도폰’이라며 홍보하며 저렴한 가격에 판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9년 출시되어 SK텔레콤이 판매한 삼성전자의 ‘갤럭시 와이드 3’는 구매 고객 중 약 65%가 50대 이상이었다고 합니다.

 

 

 

작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된 CES 2019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로봇을 이용한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삼성전자의 ‘삼성봇 케어 버전’은 실버 세대의 생활을 관리해 주는 로봇으로, 사용자의 혈압, 심박, 수면상태 측정은 물론, 보호자에게 정기적으로 상태를 보고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긴급상황 시에 신고까지도 가능합니다.

 

 

LG는 IFA2018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던 하체 근력 지원용 로봇 ‘LG 클로이 수트봇’의 새로운 버전을 선보였습니다. 2019년 새롭게 선보인 허리근력 지원용 LG 클로이 수트봇은 사용자가 일정 각도 이상으로 허리를 굽히면 이를 감지해서 로봇이 준비 상태에 들어가고, 사용자가 허리를 펼 때 로봇이 사용자 허리에 가해지는 힘을 보조하는 식으로 작동합니다. 이런 웨어러블 로봇은 허리나 하체의 힘이 약한 노인들의 부상을 예방하고, 일상생활을 더욱 편리하게 도와줍니다.

 

 

시니어 콘텐츠 시장의 적극적인 마케팅

시니어 콘텐츠 시장의 선점을 위해 IPTV 업계 또한 적극적인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KT는 2018년 말부터 자사 IPTV 브랜드 ‘올레 tv’에 실버 세대 맞춤형 큐레이션 서비스 ‘청·바·지(청춘은 바로 지금부터)’를 도입했습니다. 이에 앞서 SK브로드밴드도 2018년 8월, 자사 IPTV인 ‘Btv’에 ‘시니어 메뉴’를 마련하여 건강과 취미 등의 콘텐츠를 추천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과 함께 장노년층이 예능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프로그램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 양상은 2013년 tvN에서 방영된 ‘꽃보다 할배’ 이후부터 가속화되고 있는데요. 노총각 연예인들의 어머니들이 패널로 나오는 토크 쇼인 SBS ‘미운 우리 새끼’는 시청률 20%를 웃돌며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습니다.

 

 

또 최근 장노년층을 비롯한 전 국민의 엄청난 사랑을 받으며 인기를 끌었던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 ‘미스터 트롯’은, 결승전에서 최고 시청률 35.7%(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해 역대 예능 프로그램 2위에 올랐습니다.

 

 

3. 실버 서비스의 그림자, 디지털 사각지대

하지만 이렇게 장노년층의 스마트 기기 이용률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디지털 사각시대’는 존재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도 스마트폰을 비롯한 디지털 기기와 이를 기반으로 한 각종 서비스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노인이 많기 때문입니다.

 

 

한국 정보화 진흥원의 ‘2018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노년층(만 70세 이상)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일반 국민의 27.4%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 평균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을 알 수 있는 수치입니다. 컴퓨터·모바일 기기 보유 및 인터넷 사용 가능 여부는 90.1%로 상당히 높은 수치를 나타내는 반면, 이용 능력은 현저히 떨어지는 셈입니다.

 

 

 

같은 통계에 따르면, 장노년층이 인터넷을 사용을 하지 않는 압도적인 이유는 바로 ’사용 방법을 모르거나 어려워서’였습니다. 경제적 여건이나 신체적 제약보다도 인터넷 서비스의 어려운 사용 방법 자체가 디지털 소외 계층에게 큰 벽이 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디지털 콘텐츠를 자유롭게 소비하고 생산하는 디지털 적응력이 뛰어난 노인들이 늘어날수록, 그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이들은 더 큰 소외감을 느끼며 점점 더 양극화되어가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실버 서퍼의 주요 세대인 50대 이상의 장노년층은, 산업화의 흐름을 따라 많은 부를 축적한 세대입니다. 이들은 스마트 기기를 어려움 없이 구매할 수 있을 정도의 경제력을 지니고 있고, 다양한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기도, 소비하기도 합니다. 이런 시니어 세대가 사회,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력은 앞으로도 커질 것입니다. 따라서 이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을 빠르게 개선하고,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장기적인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미지 출처 = 조선비즈)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는 일찍 실버 서퍼의 힘을 알아챈 기업입니다. 2018년 알리바바의 쇼핑 애플리케이션인 ‘타오바오’에 적용된 글자 크기를 키우는 등 실버 세대들이 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공개했습니다. 또, 알리바바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중장년층 소비자들을 제대로 파악하여 공략할 수 있도록 비슷한 연령대의 ‘시니어 컨설턴트’를 모집하기도 했습니다.

 

중국에서 실버산업을 뜻하는 ‘은발 경제’는 매년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중국 경제가 6%대의 중속(中速) 성장을 하고 있는 가운데, 노년층을 타깃으로 한 상품과 서비스 시장만큼은 고속 성장 중이라고 합니다. 중국의 은발 경제 전체 규모는 이미 1,000조 원을 돌파했으며 노인 전문 서비스, 노인 상품 등의 시장 규모가 2024년까지 연평균 13%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4. 실버 세대를 위해 필요한 배려와 태도

우리나라 노년 인구는 해마다 급증해 2025년이면 전 국민의 2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노년 인구가 많아진다는 것은 사회의 주류로 성장해 갈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들을 위한 서비스와 제품이 계속해서 시장에 나오는 것만큼, 그들이 시장에 참여할 수 있어야 선순환의 고리가 이어져 갈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이 어렵게 생각하는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디지털이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디지털 생활의 격차는 곧 정보의 격차로 이어지게 되고 정보의 격차는 생활의 격차로, 경제력의 격차로 이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정작 그들이 사용하기 어려워하는 인터넷 서비스에 대해서는 뚜렷한 개선 방향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인터넷 서비스 UI는 이러한 디지털 약자들을 위한 배려가 부족한 상태입니다. 작은 폰트 사이즈, 외래어 표기, 복잡한 인터랙션 등은 디지털 약자들에게는 걱정거리를 안겨주게 됩니다.


앞으로의 IT업계가 사용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조금 더 배려 깊고 따스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디자인을 무조건 ‘고령 친화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자는 말이 아닙니다. 오히려 전 연령대의 사용자들 모두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의 목적을 지향하자는 의미입니다.

 

 

유니버셜 디자인(universal design)’

제품, 시설, 서비스 등을 이용하는 사람이 성별, 나이, 장애, 언어 등으로 인해 제약을 받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을 말합니다. 흔히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 ‘범용 디자인’이라고 합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립 대학교의 유니버설 디자인 센터는 다음과 같은 유니버설 디자인의 7대 원칙을 마련했습니다.

원칙 1. 공평한 사용 (Equitable Use)
– 다양한 능력의 사람들에게 유용하고 팔릴 수 있도록 디자인한다.

원칙 2. 사용상 유연성 (Flexibility in Use)
– 개인 선호나 장애, 능력과 관련하여 넓은 범위에 맞출 수 있도록 디자인한다.

원칙 3. 간단하고 직관적인 사용 (Simple and Intuitive Use)
– 사용자의 경험이나 지식, 언어, 집중도와 무관하게 이해하기 쉽도록 디자인한다.

원칙 4. 알아챌 만큼 충분한 정보 (Perceptible Information)
– 사용자의 감각 능력이나 환경 조건과 무관하게 사용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게 디자인한다.

원칙 5. 실수를 감안 (Tolerance for Error)
– 사용자가 잘못 쓰거나 예상하지 못한 행동을 하더라도 위험이나 역효과가 최소가 되도록 디자인한다.

원칙 6. 적은 물리적 노력 (Low Physical Effort)
– 사용하기 편하고 피로가 줄이도록 디자인한다.

원칙 7. 접근하고 사용하기에 적절한 크기와 공간 (Size and Space for Approach and Use)
– 사용자의 체구, 자세, 이동성과 무관하게 접근하고 사용하기 편하도록 크기와 공간을 디자인한다.

 

유니버설 디자인의 7가지 규칙처럼 보다 더 사용자의 특성을 더 잘 이해하고 사용자를 위한 깊은 배려를 반영한다면, 분명 더 많은 사용자를 포용할 수 있는 설계와 디자인이 가능할 것입니다.


IT업계의 서비스 개발자와 디자이너들이 이런 지향점을 가지고 나아간다면, 분명 디지털 서비스 시장 전체에 고령자의 접근성을 향상시킬 수 있고, 고령자가 편하고 안전하게 다양한 디지털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거창한 것이 아니라, 그저 고령의 사용자들이 일반 사용자처럼 당연하게 디지털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고령 친화적이며 유니버설한 디자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5. 인생의 제2막을 준비하는 시니어 세대

 

이제는 실버 세대가 모든 세대와 어울릴 수 있는 자연스러운 문화 분위기 조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들을 배려하고자 ‘실버 전용’이란 이름으로 서비스 자체를 다르게 구성한다면 세대를 가르는 역효과만 남기게 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실버산업은 ‘자연스럽게 실버 세대를 아우르는 감성 전략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인생의 주연으로서 활기차게 살아갈 시니어 세대가 잘 적응할 수 있는 디지털 배려가 중요한 시점입니다. 대한민국의 평균 기대 수명은 우리도 결국 언젠가는 노인이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차별 없이 건강한 디지털 생태계를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http://www.inews24.com/view/1149584http://news.kbiz.or.kr/news/articleView.html?idxno=49458http://www.sobilife.com/news/articleView.html?idxno=25079http://with.ibk.co.kr/webzine/view.php?wcd=412&wno=30http://www.madtimes.org/news/articleView.html?idxno=2105http://www.newslock.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500https://www.fnnews.com/news/201806221022504198https://www.lifentalk.com/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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